어둑어둑한 이른 새벽,
미국 뉴욕의 맨해튼 거리에는
'문 리버(Moon River)'의 선율이 잔잔히 흐르고
노란색 택시는 길거리의 한 가게 앞으로 천천히 멈춰 선다.
한 손에는 크루아상, 한 손에는 커피.
위로 우아하게 틀어올린 머리와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노란색 택시에서 내리고 주얼리가 진열된 쇼윈도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여성이 눈을 떼지 못 한 채 흥미롭게 바라보던 매장의 간판에는
'티파니 앤 코(Tiffany&Co.)'라는 문구가 멋들어지게 적혀 있다.
1961년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인생작이라 손꼽히기도 하는데요.
제목에서의 '티파니'는 지역 이름이 아닙니다.
1837년 문을 연 미국의 주얼리 브랜드인 '티파니 앤 코'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실상 영화 제목에 브랜드 이름을 넣은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의 시조인 셈입니다.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의 주얼리를 바라보는 장면은
곧 세계 여성들의 동경을 대변한 장면이라 할 수 있으며,
해당 장면을 통해 티파니는 '여성이 꿈꾸는 주얼리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티파니는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가
학교 친구였던 존 버넷 영(John B.Young)과 함께
'티파니 앤 영(Tiffany & Young)'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티파니는 주얼리 브랜드가 아닌
문구와 팬시제품, 은식기 등을 판매하는 팬시용품,
즉, 한국의 '문구점'에 불과했습니다.
티파니 앤 영 오픈 첫날 매출은 4.98달러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티파니 앤 코의 한 해 매출은
41억 6900만 달러(약 4조 9000억 원, 2018년 말 기준)에 달합니다.
시가총액은 110억 4100만 달러(약 13조 1000억원)수준인데요.
팬시 용품을 팔던 티파니가 어떻게 '주얼리'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걸일까요?
'티파니 앤 영'은 설립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유리와 도자기 등을 판매하던 것이 뉴욕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으며,
이에 티파니는 프랑스에서 보석을 수입해
부자들에게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곧 티파니가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결정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티파니는 주문 카탈로그도 발행했는데,
이는 미국 내 최초의 카탈로그이자 지금까지도 주얼리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블루 북(Blue book)'입니다.
1851년에는 뉴욕 최고의 은세공사 에드워드 C. 무어를 영입했으며,
1853년 공동 경영자였던 존 버넷 영으로부터 경영권을 사들이고
회사 이름을 지금의 상호인 '티파니 앤 코'로 변경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주얼리 사업을 시작하기 시작한 1851년,
티파니는 현재 '925 실버'라고 불리는
은 92.5%와 구리 등 다른 금속으로 7.5%가 채워진
은 합금인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1867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해
'은세공 부문 최고 메달(The Excellence In Silverware)' 등
8개 부문에서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티파니의 다이아몬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1877년.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젬스톤 중 하나로 알려진
287.42캐럿의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를 매입한 티파니는
원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자 절반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쿠션 브릴리언트 컷'을 탄생시켰습니다.
보석의 반짝거림을 극대화하는 해당 방식에
현재까지도 해당 다이아몬드는 가장 아름다운 옐로 다이아몬드로 기록돼 있으며,
이것이 곧 티파니의 상징이 된 '티파니 다이아몬드'입니다.
1886년 출시된 티파니에서 빼놓을 수 었는 '티파니 세팅 링'.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혼반지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티파니 세팅 링의 특징은 다이아몬드에 6개의 다리를 달아
다이아몬드 전체 모양을 드러낸 형태로,
이 세팅 방법은 지금까지도 다이아몬드 세공의 표준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빛나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세계 모든 이의 기쁨과 희열을 같이 해온 티파니 앤 코의 다이아몬드는
커팅에서 광택까지 무려 21가지의 과정을 거칩니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티파니 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착용하는 건
상류층이 되는 것임을 의미했고,
티파니는 재계 및 저명인사들이 방문하는 고급 주얼리 브랜드로 각인됐습니다.
티파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은은한 민트색 상자인데요.
이 민트색은 일명 '티파니 블루'라고도 불립니다.
1886년 '티파니 세팅' 제품을 선보이며
처음으로 민트색의 상지에 반지를 넣었을 때
블루 상자를 따로 구매하겠다는 고객이 속출했으며,
이후 티파니는 모든 제품의 상자와 종이백을 해당 색상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1998년에는 티파니가 해당 색상을 상표로 등록해
전 세계에서 티파니만이 해당 색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 색채 연구소인 '팬톤'에 창업 연도를 딴
'1837 블루'라는 이름으로 색상을 등록해 동일한 색상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티파니 블루의 강력한 인식을 심은 만큼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는데요.
브랜드 미래학자 마틴 린드스톰에 따르면,
여성들이 티파니 블루 컬러를 보면 심장 박동이
22%가량 상승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곧 티파니 블루가 단순한 색상이 아닌,
브랜드의 상징이자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숨은 보석 찾기(브랜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롤렉스의 역사. 한스 빌스도르프의 선견지명 (0) | 2020.05.02 |
---|---|
예물의 강자 '롤렉스', 롤렉스 로고 속 왕관 의미는? (0) | 2020.04.29 |
(4) 리치몬트 그룹의 대장 브랜드, 까르띠에 (0) | 2020.04.09 |
(3) 까르띠에 최초 현대식 시계 및 비운의 여인 잔느 투생 (0) | 2020.04.05 |
(2) 세계로 뻗어 나가는 '까르띠에' (0) | 2020.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