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경영체제의 막을 내리다
'까르띠에 프레르'는 1921년.
'까르띠에 S.A.(Cartier S.A.)'로 또 한 번 상호가 바뀌었습니다.
이전 상호에 들어간 ‘형제’라는 의미의 ‘프레르’가
후대 경영자들이 사용할 회사명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요.
21년 후인 1942년, 세 명의 3대 경영자들 중
첫째와 셋째인 루이 조제프 까르띠에와 자크 떼오뒬 까르띠에가 세상을 떠나면서
까르띠에 S.A.는 자연스럽게 4세 경영인 체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4대째에 접어들면서 까르띠에 S.A. 의 지분은
까르띠에 가문 밖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1962년 미국법인이 먼저 날아갔고,
1966년에는 본사인 프랑스법인마저 외부 투자자들에게 넘어가
1960년대에 까르띠에 가문이 운영하는 까르띠에 S.A. 는 영국법인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국법인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프랑스법인은 1970년대 초부터 까르띠에 S.A.를 통합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결국 1974년 영국법인을, 1976년 미국법인을 흡수하면서
1979년 통합법인 까르띠에 몽드(Cartier Monde)를 출범시켰습니다.
몽드는 프랑스어로 ‘세상’을 뜻합니다.
프랑스법인을 주도하며 까르띠에 통합에 앞장선
프랑스 출신 금융가 조셉 카누이(Joseph Kanoui)가 그 후 까르띠에 몽드의 CEO를 맡게 됩니다.
쿼츠 파동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1980년대,
담배 재벌로 유명한 안톤 루퍼트(Anton Rupert) 램브란트(Rambrant) 회장은
명품업계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고, 그때 그는 시계업계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년간 여러 산업에서 닥치는 대로 인수 합병을 주도해오던 그는
1988년에 명품 시계 브랜드 지주사 '리치몬트'를 설립했습니다.
세계 시계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는데요.
이때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몽드의 지분도 상당수 확보해 자사의 지배 아래에 두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8년,
그룹사가 된 리치몬트는 초고가 명품 시계 브랜드를 여럿 소유하고 있던
방돔 럭셔리(Vendo me Luxury) 그룹마저 흡수하며
당대 최고의 위세를 떨치던 스와치그룹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리치몬트 그룹은 몇몇 브랜드들을 더 흡수하면서
현재 스와치 그룹과 막상막하의 관계를 이루게 됐습니다.
◎ 리치몬트 그룹의 대장 브랜드
리치몬트그룹은 자사보다 먼저 대규모 그룹을 이룬
스와치 그룹의 브랜드 운영방식을 많이 벤치마킹했습니다.
물론, 위기의 시계 브랜드들이 벼랑 끝에서 뭉쳐 기사회생한 스와치 그룹과
세계 명품시장의 성장에 베팅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리치몬트 그룹이
같은 길을 갈 수는 없었지만, 스와치 그룹의 브랜드별 포지셔닝이나
지원 볼륨 조절 등은 리치몬트 그룹에도 운영상의 많은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리치몬트 그룹이 특히 주목한 건
주력 브랜드에 대한 독특한 지원방식이었습니다.
스와치 그룹은 가장 인지도가 높고 이미지가 좋은 특정 브랜드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켜 해당 브랜드가 창출한 이익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가 성장하는 식의 운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이는 일반 기업에선 흔한 경영 전략이지만
그룹사 입장에선 구사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방법으로,
단일 제품에다 브랜드 구성까지 단조로운, 특히 고급 시계 브랜드로만 구성된
리치몬트 그룹으로선 적용하기에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경쟁체제를 통해 각 브랜드의 발전을 모색하려 했던
안톤 루퍼트 회장의 초기 경영전략과도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스와치 그룹이 이 전략으로 고도성장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리치몬트 그룹 역시 이 방법을 받아들였습니다.
리치몬트 그룹 중에선 까르띠에가 가장 인지도가 높고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에
까르띠에는 자연스레 리치몬트 그룹의 대장 브랜드가 됐습니다.
리치몬트 그룹의 지원이 집중되면서 이후 까르띠에는
기술이나 규모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까르띠에는 2000년 이후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른 시계 메이커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까르띠에의 업그레이드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까르띠에는 리치몬트 그룹의 인수합병이 있을 때마다
기술적으로 장족의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인수 기업들의 기술적 장점을 모조리 흡수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리치몬트 그룹 내 다른 브랜드에서 종종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포지션이 한정된 여느 브랜드들과 달리,
까르띠에는 시계의 모든 분야에서 완전체가 돼가고 있습니다.
까르띠에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 시계 산업을 이끌고 있는 스와치그룹과 리치몬트그룹.
이 두 그룹(4월 1일부터 회계연도 시작)의 실적에서도 확인해 봤습니다.
우선 리치몬트 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에 139억 8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110억 1300만 유로) 대비 27%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19억 4300만 유로(약 2조 5632억 원)로 전년 대비 5% 늘었습니다.
반면, 약 20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스와치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10억 2000만 스위스프랑(약 1조 1300억 원)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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